필자는 “책은 읽는 것이 아니라 사는 것이다”라고 강의 시간에 학생들에게 강조하기도 한다. 학생이 교과서와 참고도서 등 관련도서를 구입하는 것이 학습하는 사람의 중요한 준비 자세이고 항속적으로 공부하는데 필요한 자세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예에 근거한 것이도 하다. 어떤 주부가 1,000원 할인을 받기 위해서 3,000원의 교통비를 소요했다면, 그 주부는 2,000원의 손해를 본 것일까? 그렇지 않다. 그 주부는 알뜰한 정신이 그 가정의 가계를 튼튼하게 한다. 숫자 지표가 아니라 공동체의 정신(mental)이 중요하다. 정신을 만드는 유일한 문화는 책이다. 미디어(드라마 등)로 형성시킨 정신은 현세적이고 임시적이고 소비적인 정신이다. 그러나 책으로 만들어진 지식은 책을 만드는 사람의 탁월한 정신 세계가 유지되고, 그의 저술 내용으로 사고가 발현되며 확장되기 때문에, 책은 그 사회 정신 지표이다. 

그래서 책, 도서출판은 국가 기간 산업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불행하게도 우리나라는 미래동력을 SOC(social overhead capital, 사회간접자본)에서 찾았다. 20여년 동안 투장한 SOC는 전국토가 고속도로와 고속전철로 연결하고 있다. 더 빠른 교통수단을 연구하고 있다. 섬들은 다리를 건설해서 연결하고 있다. 각종 시설을 설치하면 관광산업이 부흥될 것으로 생각하기도 한다. 그래서 모든 항구에 해상케이블이 설치되고 있다. 진짜 관광도 의미, 정신 세계 관광일 것이다. 강진의 다산 초당을 보려고 그 산 속으로 들어가지 않겠는가? 초당을 보러 그곳에 가겠는가? 다산의 향취를 느끼기 위해서 가지 않겠는가?

조선일보에서 “책 사는 것만 좋아하고 읽지는 않는 당신..'츤도쿠'입니다”라는 기사를 보도했다. “츤도쿠(積ん読)는 ‘책을 사는 것은 좋아하지만 쌓아 두고 결코 읽지는 않는 사람’을 가리키는 일본어다. ‘읽다’란 뜻의 일본어 ‘도쿠(読)’와 ‘쌓다’란 의미의 ‘츠무(積む)’에서 파생된 ‘츤(積)’이 합쳐져 ‘읽을거리를 쌓아 둔다’는 의미가 됐다”라고 했다. 

영국의 거슬 교수는 츤도쿠가 부정적인 의미가 아니라고 제언했고, 영미에서도 유통되는 어휘(tsundoku(츤도쿠))라고 했다. 한국에서도 ‘츤도쿠 모임’이 늘어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리고 책을 사는 것만으로도 지적 자극이 있다고 보도했다. “소설가 김영하는 최근 한 TV 프로그램에서 “책은요, 읽을 책을 사는 게 아니고 산 책 중에 읽는 거예요”라고 했다”라고 결말했다.

우리나라는 지식적인 민족이다. 그래서 강점기와 전쟁의 피해를 복구하고 세계 강국의 위치에 섰다. 13억의 인구, 경제규모 2위인 중국, 1억의 인구 경제규모 3위인 일본, 세계 최대 군사 강국 미국과 러시아, 그리고 남북의 전쟁긴장유발 상황에서 이루어낸 불가사의한 일이다. 세계 경제강국들과 어깨를 견주는 수준에 이르렀다. 

그런데 아직도 두드러진 경제 성장을 꿈꾸는 것은 우리의 위치를 파악하지 못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앞에 있는 강국들은 천년이상 국가를 운영하면서 다져진 체계이다. 우리는 전후 70년이 되지 않은 초창기 국가이다. 이제 절실하게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산업 인프라가 아니라 지식 인프라이다. 빠르고 높은 경제 성장의 꿈은 버려야 한다. 지식 산업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다. 

그 세계에 들어갈 수 있는 길은 책에 있다. 가벼운 책이 아니라 정말 정선되고, 오랜 기간 동안 조사하고 취재한 자료들로 구성한 우리의 지식이 필요하다. 그것을 위해서는 책을 사는 것이 첫 발자국이라 생각했다. 지식인으로 사는 길은 너무나 어렵기 때문에 많은 사람이 도전하지만 마지막까지 유지하지 못한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이 학문에 도전하고 많은 사람이 학문을 유지해서 지식강국의 나라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학문하는 사람들이 출판한 책들을 많이 사주는 것이 지식사회의 미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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