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의 글에서 서문강 목사가 청교도 목회 교회들이 비성경적인 회심준비론을 신자들에게 교육하기 위해 매우 유용하게 사용하고 있는 책 「구원을 열망하는 자들을 위하여」(청교도 신앙사, 2012)를 번역하여 보급하였다는 사실을 살펴보았다. 그리고 서문강 목사가 직접 작성한 그 책을 추천하는 말 속에 심각한 문제점이 있다는 사실을 살펴보았다.

서문강 목사는 성령께서 먼저 역사하여 사람들의 죽은 영혼이 깨어나서 자신의 죄를 깨닫고, 하나님의 살아계심을 인식하기 시작하고, 그리고 자신의 구원의 길을 모색하고 구원으로 인도해 줄 안내자를 찾기 시작한다고 하였다. 서문강 목사는 그 과정의 특징을 ‘죄의 각성’(conviction of sin), ‘Anxious Inquirer’(영혼과 구원을 염려하여 묻는 자), ‘각성을 받아 구원을 열망하며 탐문하는 자’라고 설명하였다.

필자는 서문강 목사의 주장이 전혀 성경적 근거가 없음을 지난 번 글에서 설명하였다. 서문강 목사의 주장은 개혁신학에서 말하는 구원의 서정 속에 들지도 않는 이상한 주장이다. 성경의 말씀과 개혁신학은 그리스도의 복음과 함께 성령이 역사하시면, 즉시로 죄인에게 자신의 죄를 대신하여 죽으신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믿음이 생기고, 그 믿음으로 인해 죄인은 그리스도와 연합되고, 즉시로 속죄와 의롭다하심을 얻어 구원받는다고 가르친다. 

도대체 성경의 어떤 구절이 죄인에게 구원은 주지 않고, 단지 죄인의 영혼이 깨어나서 자기의 죄를 슬퍼하며 구원의 길을 찾기 시작하게 만드는 성령의 역사를 이야기하는가? 서문강 목사의 말은 사변이고 괴변이다. 그리고 개혁교회의 입장에서는 매우 심각한 이단 사상이라 할 수 있다. 서문강 목사가 말하는 죄인의 영혼이 깨어나서 자신의 영혼의 운명을 슬퍼하며 구원으로 인도할 안내자를 찾기 시작하는 죄의 각성의 단계, 또는 영적 각성의 단계에 대한 말들은 개혁교회에서 이단사상으로 간주된다.

과연 서문강 목사의 이런 주장은 어디에서 유래하였을까? 해 아래 새것은 없다. 이미 개혁교회로부터 정죄 받았거나 배척된 비성경적인 신학에서 유래했을 가능성이 아주 높다. 대체 어디에서 서문강 목사가 주장하는 신학적인 아이디어가 나왔을까? 서문강 목사가 자신이 번역한 「구원을 열망하는 자들을 위하여」를 추천하는 내용의 그 부분을 다시 한번 보자.
 


“처음에 성령께서 말씀을 통하여 그 영혼을 깨우사 하나님의 살아계심과 자신의 죄인됨을 인식하게 하십니다. 그리되면 그 영혼은 자신의 죄인됨을 인식하고 자기 영혼의 장래를 염려하게 되고 비로서 ‘구원의 문제에 대해여 절박한 필요를 의식하고 그 일의 안내자’를 구하게 됩니다.” (서문강 목사)

진정한 구원의 은혜를 입기 전에 하나님이 영혼을 깨워주시어 자신의 죄를 알게 하고, 스스로 자기 영혼의 장래를 걱정하게 만들고, 구원의 길을 찾도록 도와 줄 안내자를 구하게 하시는 단계가 시작된다는 서문강 목사의 말은 로마 교회에서 가르치는 '(초기)도움의 은총' 사상과 매우 유사해 보인다. 로마교회의 신앙에서 (초기) 도움의 은총을 다음과 같이 정의된다. 로마 교회에서 도움의 은총에 대하여 가르치는 말을 보자.

“하느님의 사랑을 받아들이고 은총 안에 살도록 도와주는 은혜. 은총이란 하느님의 자비로운 사랑이요, 하느님 자신이지만, 인간에게 자유의지를 주신 하느님은 당신의 사랑과 은혜를 인간이 받아들이고 응답하도록 초대하여 주신다. 인간이 이 응답의 생활을 하도록 도움을 주시는 하느님의 은혜를 도움의 은총이라 한다.

즉 하느님은 최선을 다하는 사람에게 당신 도움의 은총을 거절치 않으신다. 인간이 하느님의 사랑을 받아들이고 이에 응답할 수 있게 하며, 자신을 준비하고 개방시키도록 하기 위하여 하느님이 인간 자유의 편에서 힘이 되어 주는 현실적인 도움을 도움의 은총이라 한다.” (카톨릭 대사전)

로마 교회에서는 하나님이 죄인을 구원하기 전에 먼저 초기 도움의 은총을 주시어 죄인이 하나님의 사랑과 은혜를 받아들일 준비를 하도록 도우신다고 가르친다. 성령께서 죄인의 자유의지의 기능을 살려주시어 죄인이 스스로 하나님의 구원의 은혜를 향하여 자신을 준비시키고 개방시키도록 만들어 준다고 한다.

“(도움의) 은총은 하느님의 자녀 곧 양자가 되고 신성(神性)과 영원한 생명을 나누어 받는 사람이 되라는 하느님의 부름에 응답하도록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베푸시는 호의이며 거저 주시는 도움이다.” (카톨릭교회 교리서 1996항).

초기 도움의 은총에 대해 카톨릭교회 교리서도 하나님이 죄인에게 하나님의 자녀가 될 수 있도록 사전에 인간이 스스로 준비하여 하나님의 은혜에 적극적으로 반응할 수 있도록 거저 주시는 도움이라고 설명한다. 서문강 목사는 필자의 비판이 합당하지 않다고 여긴다면, 스스로 자신의 주장과 로마 교회의 초기 도움의 은총 사상이 어떻게 다른지 설명하여야 할 것이다.

로마 교회의 신학의 토대는 세미 펠라기우스 사상이고, 세미 펠라기우스 신학이 조금 완화되어 나타난 형태가 알미니우스의 자유의지와 행위로 말미암는 구원 사상이다. 알미니우스 신학의 영향을 받은 존 웨슬리의 신학에서도 로마 교회의 초기 도움의 은총 사상과 비슷한 개념이 등장했다. 웨슬리와 감리교회에서는 ‘선행은총’이라고 했다. 웨슬리와 감리교회가 믿는 선행은총 개념이 어떤 내용인지 읽어보자.

“그러므로 웨슬리의 구원의 여정은 하나님의 선행적 은혜로 부터 시작하는 것입니다. 선행 은총(Prevenient Grace): 선행적 은혜는 웨슬리의 교리의 특징으로서 하나님이 계시다는 것조차 알지 못할 때에, 하나님이 먼저 우리에게 임하셔서 자신의 삶이 더 이상 이렇게 살아서는 안 된다는 깨달음을 갖게 해 주시는 은혜를 말합니다. 선행적 은혜는 모든 인간에게 골고루 임하고 있는 우주적인 은혜(Universal Grace) 하나님의 은혜로 우리는 자신의 죄를 깨닫고 회개하는 것입니다. 영적 여정을 집에 비유한다면, 회개는 그 집의 현관에 도달한 것과 같습니다.” (미국 연합감리교회(UMC)의 홍보책자 “웨슬리와 메소디스트라 불리는 사람들”)

웨슬리의 신학에 기초하여 세워진 감리교회들은 죄인이 구원을 받기 전에 하나님이 먼저 선행은총을 베푸신다고 가르친다. 선행은총으로는 구원에 이르지 못한다. 그러나 선행은총으로 말미암아 죄인이 자신의 그릇된 삶에 대한 깨달음에 이르게 된다고 한다. 선행은총의 역사로 죄인이 자기의 죄악의 심각성을 발견하고 슬퍼하게 된다고 한다.

이것은 서문강 목사가 주장하는 영혼이 깨어나는 단계와 같이 죄인이 스스로 자기의 영혼을 염려하면서 구원의 길을 찾아가게 된다는 것과 같은 내용이다. 서문강 목사는 자신이 「구원을 열망하는 자들을 위하여」를 번역하여 출시하면서 한국 교회의 독자들에게 읽도록 권하는 말 속에서 자신이 한 말들과 웨슬리안들의 선행은총 사상과 다른 점이 무엇인지를 스스로 설명해야 할 것이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바른믿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정이철 목사는 2004년부터 현재까지 미국 미시간 주 ‘앤아버 반석장로교회’의 담임목사이고 거짓 신학의 ‘견고한 진’(고후10:4)을 무너뜨리기 위해 시작된 신학신문 <바른믿음>의 대표이다.
총신대학(B.A 졸업), 총신대학 신학대학원(M.Div Eqiuv.졸업), 아세아연합신학대학 대학원(Th.M 졸업), Liberty Theological Seminary(S.T.M 졸업), Fuller Theological Seminary(Th.M 수학), Puritan Reformed Theological Seminary(Th.M 수학), Liberty Theological Seminary(D.Min 수학), 남아공신학대학원(South African Theological Seminary, Ph.D)에서 연구하였고, 현재 University of Pretoria(Ph.D)에서 연구하고 있다.
저서로는 「신사도 운동에 빠진 교회」, 「제3의 물결에 빠진 교회」, 「가짜 성령세례에 빠진 교회」, 「피터 와그너의 신사도운동 Story」, 「한 눈에 들어오는 청교도 개혁운동」, 「능동적 순종에 빠진 교회」가 있다.